호남 50년 만에 최악 가뭄…광주 '제한급수' 임박

입력 2023-03-31 18:06   수정 2023-04-10 16:29


31일 전남 화순 이서면 동복댐 상류 저수지. 작년부터 이어진 호남 지역 가뭄으로 거북이 등껍데기처럼 쩍쩍 갈라진 저수지 흙바닥이 50m 넘게 이어졌다. 흙과 자갈 사이로 수풀이 자랐고 댐을 짓기 전 마을을 연결했던 콘크리트 다리도 수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복댐은 광주광역시 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젖줄’이다. 이날 기준 저수율은 18.8%로 지난해 같은 기간(43.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저수율이 20% 아래로 내려간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광주시, 29년 만에 제한급수 위기

호남 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광주시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6월엔 시민의 물 사용을 강제로 제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시가 제한급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공업용수 조달에 비상이 걸린 전남 여수와 광양 기업들은 순차적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부지역의 가뭄 일수는 227.3일을 기록했다. 1974년 이후 최장이었다. 가뭄 일수는 매년 12월 기준으로 집계한다. 가뭄 상황은 올 1월에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지만 2월과 3월 강우량이 각각 예년의 52%, 69%에 그쳐 더욱 심각해졌다.

가뭄 장기화로 주요 댐은 줄줄이 밑바닥을 보이고 있다. 광주와 전남 11개 시·군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암댐은 이날 저수율이 17.8%에 그쳤다. 작년 이맘때의 34.8%밖에 안 된다. 섬진강댐 역시 저수율이 19.3%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광주시 측은 비가 크게 내리지 않는 한 주암댐은 5월 말, 동복댐은 6월 말에 물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 6월께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제한 급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물을 아껴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큰비가 오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와 LG화학, 여천NCC, 삼남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지역 내 기업들은 하반기 예정했던 공장 정비를 상반기에 시행하는 방식으로 물 절약에 동참하고 있다. 시설 수리 등 정비를 하려면 수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시측은 이를 통해 6월까지 총 322만t의 공업 용수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열원을 식히는 냉각재로 대용량의 공업용수를 사용한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업 시황이 좋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에 머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동률이 올라가면 기업의 피해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상 첫 ‘사수’ ‘비상용량’ 카드까지 검토
정부도 해갈(解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발전 전용댐인 보성강댐의 물을 주암댐에 방류해 2500만t을 확보했다. 말라가고 있는 동복댐 대신 영산강에 임시 관로를 설치해 광주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댐의 ‘비상 용량’ 및 ‘사수(死水) 용량’까지 꺼내 쓰는 안도 고려 중이다. 댐의 밑바닥까지 다 긁어 사용하는 것이다. 비상 용량이란 활용 용량을 제외하고 취수가 가능한 마지노선을 뜻한다. 사수 용량은 수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죽은 물’로 분류하는데 이마저도 사용할 의사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선 가뭄 지역이 더 확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는 5월 생활·공업용수 가뭄 경계지역(심한 가뭄)으로 광주, 전북 정읍, 전남 여수, 광양, 순천, 목포 등을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암댐을 방문해 “지역 간 댐과 하천의 물길을 연결해 시급한 지역에 우선 공급하고, 지하수 등 가용 가능한 수자원을 총동원하라”고 환경부와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제한 급수로 고통받는 섬 지역에 대해선 “해수 담수화 선박 운용 등 비상 급수대책을 확충해 주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용훈/광주·무안=임동률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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